[문장으로 읽는 책] 삼쏘
지난 3월 3일은 ‘삼겹살데이’였다. 특정일을 ‘○○데이’라고 부르게 된 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시작이다. 이후 연인이 없는 솔로들끼리 짜장면을 먹는 블랙데이(4월 14일)가 생겼다. 3월 3일은 3이 겹치는 날이라 삼겹살데이, 3월 7일은 3·7의 발음과 비슷하다고 해서 삼치·참치데이, 5월 2일 역시 숫자의 발음 때문에 오리데이라 불린다. 최근 생긴 신조어 ‘삼쏘’는 ‘삼겹살과 쏘주’의 줄임말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은 수많은 직장인의 저녁 시간을 달래준 친근한 메뉴다. 보통은 “소주 한잔 어때?”라는 말로 동료들을 유혹하는데 역시나 줄임말을 좋아하는 젊은 층에선 ‘소한’보다는 ‘삼쏘’가 더 부르는 맛이 나는가 보다. 개인적으로는 표준어 소주 대신 ‘쏘주’를 사용한 것도 맘에 든다.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하면 맛이 안 나는 것처럼, 퇴근길에 부담 없이 한잔하기 좋은 술로는 소주보다 쏘주가 제격이다. 이번 삼겹살데이에는 ‘삼쏘나이트’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삼겹살 체인점 하남돼지집이 ‘청춘이 불타는 이 밤’을 타이틀로 만든 경품 행사의 제목인데, 여행용 가방 브랜드에서 따온 것이 기억하기도 좋고 입에 찰떡처럼 달라붙는다. 이미 지난 삼겹살데이와 삼쏘를 운운하는 건 삼겹살에 소주 한잔 곁들이는 평범한 저녁 풍경의 무게를 새 대통령이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서정민 /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문장으로 읽는 책 삼겹살 체인점 표준어 소주 저녁 풍경